살다보면

한국가곡 잃어버린 노래

솔도미 2007. 1. 6. 18:30
우리들이 음악 쟝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 가곡 ( 歌曲 ) ' 이라는 성악 쟝르를 지적할 때면 ,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서는 서양의 예술가곡을 연상하거나 , 혹은 광복 이후에 ‘ 한 국가곡 ' 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작곡된 서양음악 스타일의 여러 곡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
“ 한국가곡 . 여러분은 ‘ 한국가곡 ' 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소위 ‘ 한국가곡 ' 이라는 것이 어떤 노래라고 생각을 하십니까 ? ‘ 한국가곡 ' 이라는 원래의 말뜻은 ‘ 한국음악으로 된 노래곡 ' 이므로 , ‘ 한국가곡 ' 이라면 ‘ 전통적인 우리가락으로 만들어진 노래 ' 라고 해야 논리적으로 맞는 명칭이 되겠지요 . ”
 
하지만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일명‘ 한국가곡 ' 이라는 것은 서양음악에 한국말 가사를 얹어서 만들어진 노래를 지칭하는 말이므로 , 이러한 노래를 ‘ 한국가곡 ' 이라고 부르는 것은 마치 노랑머리에 흰 얼굴을 한 서양 사람에게 한복을 입혀놓고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

지금의 우리는 이렇게 우리들의 노래를 잃어버리고 남의 노래를 자신들의 노래인 양 부르고 있으면서도 전혀 남의 것임을 느끼지 않고 있습니다 . 이것은 우리나라의 개화가 일본을 통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본에 의한 근본적인 문화말살정책에서 나온 뿌리 깊은 패배의식과 함께 , 우리 것을 천시하는 일본유학자 ( 留學者 ) 들에 의한 발상에서 나오는 오류에 기인한 것이죠 .
그럼 원래의 한국가곡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그 뿌리가 고려 말까지에 이르는 노래로 "가곡" 이라는 성악장르가 있습니다 .>

1610 년에 발간된 악보집인 "양금신보 ( 梁琴新譜 )"에 의하면 지금의 가곡의 원형이었던 ‘ 만대엽 ( 慢大葉 : 느린 속도의 긴 노래 ) ' 과 ‘ 중대엽 ( 中大葉 : 중간 속도의 긴 노래 ) ' , 그리고 ‘ 삭대엽 ( 數大葉 : 빠른 속도 의 긴 노래 ) ' 이 모두 고려시대의 노래인 ‘ 정과정 ( 鄭瓜亭 ) ' 이라는 곡에서 나온 것이라는 기록이 있습니다 . 원래 ‘ 중대엽 ' 이나 ‘ 삭대엽 ' 도 가장 느린 노래인 ‘ 만대엽 ' 에서 나온 노래인데 , 조선 중기를 지나오면 서 사람들이 점점 빠른 노래를 좋아하게 되면서 느린 노래인 ‘ 만대엽 ' 과 ‘ 중대엽 ' 은 사라지게 되고 가장 빠른 노래인 ‘ 삭대엽 ' 만이 남게 되었습니다 .

이 ‘ 삭대엽 ' 이라는 빠른 노래는 조선시대에 존재했던 음계인 우조 ( 羽調 ) 와 우조계면조 ( 羽調界面調 ), 평조 ( 平調 ) 와 평조계면조 ( 平調界面調 ) 로 된 각각의 곡이 있었는데 , 조선조 후기를 거쳐오면서 여러가지 의 다른 이름의 많은 곡이 이 곡에서 파생하게 됩니다 .
그리하여 , 고종 13 년 (1876 년 ) 에 만들어진 가집 ( 歌集 ) " 가곡원류 ( 歌曲源流 )" 에는 854 수의 가곡 사설이 적혀져 있습니다 . 처음에는 ‘ 삭대엽 ' 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되었던 하나의 노래였던 것이 , 51 개 이름의 곡조에다가 854 수의 사설을 얹여서 부를 만큼 확대가 되었으니 ,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발전을 했는가를 알 수 있지요 . 우리나라의 < 가곡 > 은 이렇게 ‘ 삭대엽 '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하나의 곡이 , 그 곡에 뿌리를 두고 많은 곡들이 만들어지게 되면서 < 가곡 > 이라는 거대한 성악장르를 형성하게 된 것이지요 .

지금의 < 가곡 > 은 남자가 부르는 ‘ 남창 ( 男唱 ) 가곡 ' 으로 우조의 곡이 11 곡 , 계면조의 곡이 13 곡 , 반은 우조이고 반은 계면조의 곡이 2 곡 있고 , 여자가 부르는 ‘ 여창 ( 女唱 ) 가곡 ' 으로 우조의 곡이 5 곡 , 계면조 의 곡이 7 곡 , 반은 우조이고 반은 계면조인 곡이 3 곡 있어 , 모두 남창으로 26 곡 여창으로 15 곡이 됩니다 .
 
< 그 곡들이 어떤 곡인지 곡의 이름을 알아보겠습니다 .>
남창 우조 :
초수대엽 ( 初數大葉 ), 이수대엽 ( 二數大葉 ), 삼수대엽 ( 三數大葉 ),               
중거 ( 中擧 ), 평거 ( 平擧 ), 두거 ( 頭擧 ), 소용 ( 搔聳 ), 우롱 ( 羽弄 )               
우락 ( 羽樂 ), 언락 ( 言樂 ), 우편 ( 羽編 )

남창 계면조 :
초수대엽 ( 初數大葉 ), 이수대엽 ( 二數大葉 ), 삼수대엽 ( 三數大葉 ),               
중거 ( 中擧 ), 평거 ( 平擧 ), 두거 ( 頭擧 ), 소용 ( 搔聳 ), 언롱 ( 言弄 )               
평롱 ( 平弄 ), 계락 ( 界樂 ), 편수대엽 ( 編數大葉 ), 언편 ( 言編 ), 태평가 ( 太平歌 )

남창 半羽半界 :
반엽 ( 半葉 ), 편락 ( 編樂 )

여창 우조 :
이수대엽 ( 二數大葉 ), 중거 ( 中擧 ), 평거 ( 平擧 ), 두거 ( 頭擧 ), 우락 ( 羽樂 )

여창 계면조 :
이수대엽 ( 二數大葉 ), 중거 ( 中擧 ), 평거 ( 平擧 ), 두거 ( 頭擧 ), 계락 ( 界樂 )               
편수대엽 ( 編數大葉 ), 태평가 ( 太平歌 )      

여창 半羽半界 :
반엽 ( 半葉 ), 평롱 ( 平弄 ), 환계락 ( 還界樂 ) ”
위에서 보면 우조와 계면조의 노래가 ‘ 초수대엽 ' 부터 ‘ 소용 ' 까지는 명칭이 같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이것은 서양음악에서도 장조로 부르는 곡을 단조로 부르면 그 느낌이 아주 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곡의 선율도 원래는 하나였던 선율을 선율 장식법이나 구조가 완전히 다른 두개의 조로 불러 아주 다른 느낌을 가지는 것을 우리 선조들은 즐겼기 때문입니다 .
곡의 이름을 보면 ‘ 초수대엽 ' 과 ‘ 이수대엽 ' , ‘ 삼수대엽 ' 은 ‘ 삭대엽 ' 앞에 초 , 이 , 삼이 붙은 말로써 삭대엽에서 파생된 첫째곡 , 둘째곡 , 세째곡이라는 뜻으로 , 예전에는 순수한 우리말인 ‘ 첫째치 ' , ‘ 둘째치 ', ‘ 세째치 ' 로 불린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

‘ 중거 ' , ‘ 평거 ' , ‘ 두거 ' 는 ‘ 이수대엽 ' 에서 파생한 곡인데 , ‘ 중거 ' 는 중간 ( 中 ) 의 선율을 들어올린다 ( 擧 ) 는 의미로 , ‘ 평거 ' 는 선율을 평평하게 시작다는 의미로 , ‘ 두거 ' 는 앞머리 ( 頭 ) 를 들어서 ( 擧 ) 노래한다는 의 미에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 언락 ' 이나 ‘ 언편 ' 에서 언 ( 言 ) 이라는 것은 처음을 질러서 흥청거리는 스타일로 노래하는 곡을 말하며 , ‘ 농 ( 弄 ) ' 은 선율의 굴곡이 심하게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노래하는 곡을 , ‘ 락 ( 樂 ) ' 은 농보다는 비교적 담담한 느낌을 주는 곡을 , ‘ 편 ( 編 ) ' 은 ‘ 엮음 ' 의 의미로써 많은 가사를 촘촘히 붙여서 노래하는 곡을 말합니다 .

따라서 이들 ‘ 농 ' , ‘ 락 ' , ‘ 편 ' 의 곡은 사설시조를 얹여서 부르기 때문에 , 3 장과 5 장의 길이가 다른 곡에 비해서 더 길어지게 됩니다 . 그리고 반우반계의 곡이란 곡의 처음 시작하는 조는 우조로 했지만 중간에 조가 계면조로 바뀐 곡으로 , 곡의 중간에 즉 3 장과 4 장 사이에 위치하는 중간 반주선율인 중여음 부분에서 다른 조로 바뀌는 곡을 말합니다 .  
 
< 가곡을 부르는 창법 >

< 가곡 > 을 부르는 창법 ( 唱法 ) 은 < 시조 > 나 < 가사 > 가 대개 비슷하여 , 통소리를 쓰는 민속악에 비해 횡경막을 밀어 올리는 복식호흡 ( 複式呼吸 ) 에 의한 창법을 주로 쓰고 있습니다 . 그리고 이름 있는 가객 ( 歌 客 ) 들은 뒷목을 쓴다고 합니다 .
따라서 가곡의 창법은 매우 꿋꿋한 선비의 기개 ( 氣槪 ) 를 느끼게 해주지요 . 이러한 점은 < 시조 > 나 < 가사 > 와 비슷하지만 , 그것들과 또 많이 다르기도 하답니다 . < 가곡 > 은 시조시를 그 가사로 하고 5 장으로 나누어 부르는 형태의 성악곡인데 , 3 장으로 나누는 < 시조 > 와는 달리 5 장으로 나누는데다가 3 장과 4 장 사이에 ‘ 중여음 ( 中餘音 ) ' 이라는 간주가 있고 곡의 끝에 서 연주하는 후주나 곡의 앞에서 연주하는 전주부분에 해당하는 ‘ 대여음 ( 大餘音 ) ' 이 있습니다 .
“ < 가곡 > 이 다른 성악곡과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은 < 시조 > 나 < 가사 > 의 반주는 장구 하나로만 하거나 대금 과 같은 관악기가 노래선율을 그대로 따라서 반주해주는 정도인데 반해 < 가곡 > 은 ( 가야금 ), 거문고 , 대금 , 해금 , 세피리 , ( 단소 ), 장구로 편성되는 실내악규모의 반주를 곁들인다는 점입니다 .(* 여기서 () 를 친 것은 예전의 악기편성에 들어갈 때도 있고 빠질 때도 있는 악기를 표현 한 것입니다 . 하지만 지금은 거의 포함하여 연주합니다 ) 또한 , 가곡 반주는 거문고가 중심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반주선율을 이끌 어가고 , 다른 관악기는 거문고보다 좀더 화려한 장식을 붙여서 연주하게 됩니다 . ”
가곡을 부를 때에는 ‘ 초수대엽 ' 을 시작으로 일정한 순서에 의해 부르게 되는데 , ‘ 태평가 ' 까지 이어서 부르는 것이 원칙입니다 . 이렇게 연이어서 가곡의 한바탕을 부를 때에는 남창과 여창을 따로 부르는 경 우가 있고 , 남창과 여창을 교대로 부르는 방법이 있습니다 .
 
< 가곡을 부르는 계층 >

< 가곡 > 은 어떤 계층의 사람들이 불렀던 노래일까요 ?
< 가곡 > 의 최초의 모습을 보여주는 옛 악보인 "금합자보 ( 琴合字譜 )" 는 1572 년에 안상 ( 安? ) 이라는 사람이 만든 악보인데 , 안상이라는 사람은 그 당시 선비계층의 사람이었습니다 . 이 사람 이후에 나온 수많은 악보들은 모두 선비들에 의해 만들어졌고 , " 세종실록 ( 世宗實錄 )" 과 같은 궁중에서 만든 악보에도 < 가곡 > 이 실리고 있는 점으로 보아 < 가곡 > 은 주로 선비계층에서 불리워졌던 노래로 생각됩니 다 .

또한 , 1728 년에 만들어진 < 가곡 > 의 사설만을 모은 책인 ' 청구영언 ( 靑丘永言 )"을 만든 김천택이나 1876 년의 "해동가요 ( 海東歌謠 )"를 만든 김수장 모두 유명한 선비 가객 ( 歌客 ) 들로서 , ‘ 가단 ( 歌團 ) ' 을 조직하여 전문적인 가객들과 함께 ‘ 풍류 ' 를 즐겼던 이들입니다 .
따라서 18 세기 이전까지는 아마추어 선비들에 의해 불려졌던 가곡이 18 세기를 넘어서면서부터는 이렇게 가단을 조직할 만큼 비 약적인 성장을 한 것입니다 . 민중들의 노래인 민요는 책으로 묶어지거나 악보로 발간된 것이 없는데 반해 , < 가곡 > 과 같은 음악은 여러 사람들에 의해서 악보로 발간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음악향유계층이 분리되어 있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라 하겠지요 .
“ 제가 위에서 ‘ 풍류 ' 라는 말을 썼는데 , 여러분 혹시 이 ‘ 풍류 '에 대해 아시는지요 .

예로부터 ‘ 풍류 ' 라는 말은 자연을 가까이 하며 , 멋을 알고 음악을 알고 예술에 대한 조예가 있으며 즐거운 것이라는 의미 를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 ‘ 풍류 ' 라는 용어는 이렇게 예술을 즐긴다는 의미에서 사용되었기 때문에 , 지금사람들은 멋을 아는 선비들이 즐긴 음악을 가리켜 ‘ 사랑방음악 ' 이나 ‘ 풍류방음악 ' 이라는 말을 하기 도 합니다 . 아마추어 선비를 포함한 가객들이 자신들의 사랑방에 모여 즐긴 음악은 < 가곡 > 을 비롯한 그들의 음악 즉 , < 영산회상 ( 靈山會上 )> 이나 < 가곡 >, < 가사 ( 歌詞 )> 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 따라서 조 선시대에 두드러진 활약을 한 중인층을 포함한 선비계층이 즐긴 음악이 바로 ‘ 사랑방음악 ' 이나 ‘ 풍류방음악 ' 으로 명명되는 음악이었으며 , 지금은 정악 ( 正樂 ) 이라는 범주로 분류하게 됩니다 . ”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나라 안에서 부르는 노래는 궁중이나 민중이나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 그러나 계급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조선시대에는 부르는 노래에도 계층이 있었습니다 . 다시 말해 지금은 정가 ( 正歌 ) 로 분류되는 < 가곡 >, < 가사 >, < 시조 > 는 주로 중인층을 포함한 선비계층에서 부르던 노래인 반면 , 일반 민중들은 민요를 불렀지요 .
지금은 일본노래인 뽕짝에 밀려 대개의 지방어 른들도 일본이 집요하게 심어준 뽕짝을 부르기 때문에 우리민요를 잘 듣지 못하게 되어 , 깊은 산골에나 들어가야 예전의 민요를 부르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게다가 정가가 많이 불려지고 있는 상 황도 아니지요 .
“ 우리 이제 다시 우리의 노래를 불러봅시다 . 일본노래인 뽕짝도 아니고 미국아이들의 랩도 아니고 아프리카의 레게음악에 한국말을 붙인 노래가 아닌 , 우리 한국음악의 선율에다가 한국말을 붙인 진정한 우리노래를 모든 국민들이 함께 부르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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