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곡인생 47년-이 시대의 가객-김경배(金景培) 명인
-한국의 전통가곡은 동양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그 류(流)를 찾기 어려운 신비로운 예술이다.-
가곡은 여유 있고 격조 높은 노래로 조상들의 얼과 혼이
내면에 깊게 깔려 있으며 일반 음악에서는 찾아 볼 수 없
는 심오한 예술세계가 펼쳐지는 멋을 지닌 성악이다.
그래서 가곡을 들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옛 선비들의 고
고한 생활태도를 배우게 된다. 좌서우금(左書右琴)이라
하여 왼 손에는 책을 들고 오른손에는 거문고를 들어야
선비라고 했다. 책으로 세상 살아가는 지혜와 도리를 익
히고 거문고를 타며 가곡 몇 수는 불러야 선비라고 했던 것이다. 현대인들의 메마른 감정들을
푸근하게 적셔주고 조급증을 치료함에 있어 가곡 만한 음악이 또 있을 것인가?
가곡 속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음악적 요소들의 의미 하나 하나에는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온 순박한 사람들의 생활(生活)과 정신(精神)과 철학(哲學)이 농축되어 있어 가곡(歌曲)
을 민족정신의 결정체(結晶體)라고 주장하는 단국대학교 서한범 교수가 이번에 만난 명인은
이 시대의 가객 김경배 명인이다.
대담 / 서한범(단국대학교 국악과교수)씨가 만난 김경배 명인 |
- 가곡, 가사, 시조를 다 갖추어야만 비로서 정가의 명인이라 할 수 있다고 배웠습니다. 이중
한가지만 잘 한다고 해서 완전한 가객으로 행세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조나 가사 한
종류를 잘 하는 사람은 많으나 가곡까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드물지요. 시조의 명창들도
가곡의 필요성을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서교수- 가곡분야는 이병성, 이주환, 김기수, 홍원기, 김월하, 전효준 선생들이 지키다가 타
계를 하셨고 그 뒤로는 김경배선생과 이동규 명인이 가곡을 지켜나가고 계신데 가곡이 일반
인들에게는 낮설은 노래고 또 너무 느리고 어렵다고 해서 즐겨하지 않는 그런 상태인데 -저
도 간혹 가곡을 주제로 하는 강의를 하게 될 경우, 가곡에 관한 설명을 구체적으로 하고 난 후
에 가곡을 듣게 하면 조금은 듣는 척 하지만, 설명 없이 노래만 들려주면 우리나라 사람이 성
급해서 그런지, 느린 음악에 대해서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게 느낄 때가 많
았습니다. 가곡을 우리 국민들이 즐겨할 수 있도록 국민들 마음속에 넣어주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요?
-우리나라에서는 기층문화(基層文化)에 속하는 음악들, 즉 빠르다던가, 난타적, 타악등의 빠
른 음악을 좋아하는 편인데 그것은 사회적인 여러 가지 현상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지요.
뭐 특별한 방법이 있겠습니까? 음악회를 자주 열고 강의나 감상회를 통해서 가곡이 좋은 노
래이고 우리 심성을 올바르게 키우는 훌륭한 노래라는 것을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겠지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서부터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친숙하게 만드는 일이겠죠?
서교수님처럼 기회가 닿는 대로 방송이나 강연회를 통해 가곡의 아름다움을 강조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야 하고 노래부르는 분들이 더욱 분발해서 좋은 노래를 많이 불러야 하겠지요
우리의 고려자기나 이조자기 속에 신비로움이 들어있음을 확인하고 관심을 갖게되는 것처럼
가곡 속에 내재되어 있는 예술미를 분명히 느끼게 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서교수- 김 선생이 월하(月荷) 문화재단(文化財團)의 이사장직도 맡고 계시죠? 어떤 조직이
고 또 앞으로 어떤 사업을 전개할 계획인지요?
-1991년 월하문화재단이 법인으로 설립이 됐는데 이것은 돌아가신 김월하 선생님께서 평생
에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시키면서 문화재단을 설립하였던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평소 장
학사업을 하셨습니다. 국악을 하는 후진들을 많이 키워내야 국악이 발전한다고 고등학교, 대
학교에 장학금을 기증하셨습니다.
▲서교수- 그 장학금은 가곡을 전공하는 사람들에게만 주었습니까?
-초기에는 국악전공 학생들로서 장래가 촉망되는 학생들을 선발했었고 특히, 가곡 전공자에
게 중점을 두었습니다.
▲서교수-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사람들 중 지금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람이 있
다면?
-홍종진(여화여대 교수), 김영동(작곡가, 전 서울시립지휘자), 황의종(부산대학 교수), 우종
양(원광대 교수), 박문규(국악학교 교감) 여창가곡의 김영기(가곡 보유자), 이승윤(국악고교
사)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이들은 현재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국악인들이지요.
▲서교수- 장학사업은 지금도 계속 하고 계시지요?
- 일년에 10명씩 주고 있으며 특히 국악고등학교를 우수하게 졸업하는 학생에게는 우선적으
로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또 일반 학생들에게도 반드시 가곡 전공자가 아니라 해도 장래가
촉망되는 예비 국악인들에게는 주고 있지요. 그러나 국악고등학교 졸업자에게는 반드시 가곡
전공자에게 장학금이 나가고 있습니다.
▲서교수-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 또는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에게도 지원을 하나요?
-물론입니다. 대학이나 대학원생에게도 지원을 해 주고 있으며 현재 국악전공자, 가곡전공
자, 대학생, 대학원생들에게도 장학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서교수- 귀 재단의 연례적인 사업을 소개하신다면?
-매년 정기연주회를 개최 (가곡, 가사, 정가 발표회)합니다.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창작곡까
지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 외 수시로 발표회를 열고 있으며 일반인들을 위한 가야금, 거문고,
해금, 대금등의 실기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서교수-국내 최초로 정가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데?
-그 전부터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대구지역에서 경산시의 큰 뜻으로 정가대회를 개최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회는 월하문화재단이 후원하며 경북 경산시에서 주최하는 '제 1 회
전국 정가경창대회'입니다. 종목은 가곡, 가사, 시조이며 일반부(대학생이상 일반인)와 학생
부(초, 중, 고등학교학생)로 나누었으며 경연시기는 2002년 6월 중순경입니다. 입상자에게는
시상과 상금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대통령상이 나오는 정가대회로 이끌어 나갈 것
이며 분야별 개최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서교수- 결정적으로 가객이 되어야겠다고 결정한 동기나 시기는?
-국악사 양성소를 다니던 시절,(1956년) 두봉(斗峯) 이병성(전공, 피리)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들어오셔서 '보허자'를 가르쳤습니다. 그때 그분이 부르시는 '보허자'의 가락에 반해 버렸습
니다. 느짓한 우리가락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였지요. 저의 전공은 거문고였는데 당시 가곡을
지도해 주시던 소남(韶南) 이주환(피리전공)선생께서 기회만 있으면 저를 가곡으로 무대에
세워 주시곤 하였습니다. 그러던중 고등학교 2학년때 정동 문화방송에서 가곡중 '소용이'를
불러 칭찬을 많이 받았고, 1962년 '5.16 기념 예술콩쿨대회'(당시 문공부주최)에서 국악(기악
부, 성악부)부문에 '언락(言樂)'을 불러 전체 수석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 후 거문고보다는
노래를 많이 하게 되었고 그래서 정가를 자연히 하게 되었지요.
▲오늘 장시간 여러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가곡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기대하며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200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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