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음악

죽지사

솔도미 2006. 10. 18. 13:12

가사체의 긴 사설을 담은 장편 가요를 가사라고 합니다. 조선 중기 가가객들에 의해 발달한 가사는 정형화된 가곡과는 달리 일정한 형식이 없고 남녀창의 구별도 없습니다. 가사는 형식이 자유로워 감정이나 자연미를 표현하기에 좋은데요. 평화스러움과 향토적인 멋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이기도 합니다. 가사의 반주법은 ꡐ수성가락ꡑ이라 하여 노래가락에 따라 반주합니다.


오늘날 전해지는 12가사 중 오늘 <마음으로 듣는 우리 노래>에서는 <죽지사>를 함께 하겠습니다. 중국에는 악부에 7절로 음영한 《죽지사》가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이를 본떠 향토의 경치와 인정․풍속 등을 노래하여 죽지사라 하였습니다. 이 죽지사는 가객 하규일에 의해 전해져내려온 것인데요.


죽지사(竹枝詞)

一. 건곤이 불로월장재하니/ 적막강산 금백년이라/

    하늘과 땅이 쇠하지 않고 그대로 있으니/적막강산이 어언 백년이라

二. 기경선자랑음과하니/ 망양추색이 미장천이라

    고래를 탄 선자가 읊조리며 지나가니/

    가을색이 큰 하늘을 미혹하는구나

三. 책보다가 창 퉁탕열치니/ 강호에 둥덩실 백구 둥둥 떳다

    책을 보다가 창을 열어보니/ 강호에 둥덩실 백구가 떠 있다

四. 낙동강상 선주범하니/ 취적가성이 낙원풍이로다

    낙동강위에 신선의 배가 떠 있으니/

   저 피리 소리와 노랫소리가 멀리 떨어지는 바람이로다


〈죽지사〉는 내용이 전체 4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절은 "건곤에 불로월장재하니/적막강산이 금백년이로구나"로 조선 숙종 때 이재가 장원급제 때 쓴 시 〈대이태백혼송죽지사〉의 셋째 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2~4절은 다른 사설로 엮어져 있는데요. 각 절이 끝나면 입타령이라고 하는 염불구의 후렴이 붙입니다. "어히요 이히요 이히요 이히야 어 일심정념은 극락나무아미상이로구나 야루 너니나야루나"....


가사 <죽지사>는 소리높여 명랑하게 부르면 듣기 좋고 시원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마와 그 사이 사이의 무더위....쉬 지치기 마련인데요. 느림과 포용의 멋 속에서 더위를 피할 그늘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