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창(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
★ 1) 추강이 적막 어룡냉(秋江寂寞魚龍冷)하니
인재서풍 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
2) 매화만국 청모적(梅花萬國聽暮笛)이요
도죽잔년 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
3) 오만낙조 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
직북병진 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
4) 춘화고국 천루후(春花古國천淚後)에
하처강산이 비아수(何處江山非我愁)오
관산융마(關山戎馬)여기를 클릭하시면 선가(善歌) 김월하(金月荷)의 창 관산융마 중 첫 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추강이 적막 어룡냉하니 인재 서풍 중선루를... '
- 하고 유장하게 내뻗는 시창(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는 시와 음악이 해조를 이루며,
- 옛시인과 가객(歌客)의 정취를 보여주는 한 폭의 산수도와 같은 유여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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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도창법으로 부르는 관산융마는 칠언의 38구로 되어 있는데,
- 시의 아름다움도 그러하려니와 선율이 애절하면서도
- 격조가 높아 한 번 들은 이들은 그 선율의 여운을 잊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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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유장하게 읊어 보리라 하는
- 소망을 갖는 이도 적지 않지만 배우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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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소의 서주로 시작되어 목으로 길게 뽑아 이어가다가
-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오르내리며 뻗어 나가는 속청과,
-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한 단아한 평성은 시원스러우면서도 비장감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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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성(假聲)과 세청(細淸)을 적절히 섞어가며 불러야 하는
- 연주는 매우 까다로워서 많은 연습이 필요한 전문가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 선율은 서도창에 가깝지만 창법은 가곡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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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산융마는 평양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주로 서도 명창들이 불러왔다.
- 그러나 서도소리의 전승이 여러 이유로 활발하지 못하고,
- 곡에 예술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적어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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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우리는 서도소리 중에서는 수심가나 배따라기 한 자락 들을 기회도
- 얻기 힘들고 선가(善歌) 김월하 여사도 가곡 발표조차 여의치 않아
- 고작 시조 몇 수 선보이기도 어려웠으니 관산융마는 더욱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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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산융마는 영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의 공령시(功令詩;科詩)로써
- 모두 38구의 칠언(七言)으로 되어 있는데 서도창법으로 부르도록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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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시(科詩)의 글제(題)는 두보의 '등악양루탄관산융마 (登岳陽樓嘆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 관산의 전쟁을 탄식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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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는 당나라 시대의 시인 두보(杜甫)가 만년에 천하를 유랑하다가
- 악주(岳州)의 악양루에 올라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한탄한 오언율시이다.
- 두보의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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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동정호 이름을 들었지만[昔聞洞庭水]
-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今上岳陽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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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吳)와 초(楚)는 동남(東南)에서 갈려있고[吳楚東南坼]
-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있다.[乾坤日夜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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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이나 친구에겐 소식 하나 없고[親朋無一字]
- 늙고 병든 몸은 배 한 척에 떠있다.[老病有孤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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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산의 북쪽에는 전란이 계속되니[戎馬關山北]
- 난간에 기대어 눈물만 흘린다.[憑軒涕泗流]
- *관산:경계를 이루는 산. 관소(초소)가 있는 산. 촉산(蜀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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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란이 일어나면 영웅이 탄생하고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하지만
- 백성의 삶은 피폐되고 고달파지기 마련이다.
- 두보의 시에는 전란의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다만 시인의 눈물로 대신하고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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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광수의 시는 두보의 시정(詩情)과 그 시대의 어려운 상황,
- 경관(景觀) 등을 널리 헤아려 시상을 전개하여 표현의 애절함이 더하다.
- 두보의 시는 신광수의 시 속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원용되고 있다.
- 다음은 가락에 얹어 부르는 신광수의 한시(漢詩) 중 일부와 번역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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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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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 강은 적막하여 물고기조차 차고 사람은 서풍을 맞으며 중선루에 있노라.
- 매화는 가득하고 물녘에 젓대 소리 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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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죽장 짚고 백구를 따라 걷노라. *도죽장:지팡이
- 오만의 해질녘에 난간에 기대어 한탄하니 = *오만: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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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의 전란이 어느 날에나 멈출까.
- 봄꽃도 옛나라에 눈물을 뿌렸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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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강산이 나의 수심 되지 않으리
- 버들강아지 가는 버들은 강가에 둘려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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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이슬 맑은 바람은 기주인 듯하구나. ======*기주:지명
- 청포(靑袍)입고 만리선(萬里船)에 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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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정호는 하늘빛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리노라.
- 끝 없는 풀빛이 칠백리에 이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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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부터 높은 누각이 호수 위에 떠있었노라.
- 가을의 소리는 낙엽지는 가지에서 다가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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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의 푸른 풀도 다 스러졌다
- 풍연(風烟)이 눈에 가득참이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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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히 동남(東南)쪽에 떠다녀 놀았도다.
- 중원의 여러 곳에 전쟁의 북소리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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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보가 먼저 천하를 근심하노라.
- 청산의 맑은 물에 과부가 울음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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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숙과 포도 밭에 호마(胡馬)가 먹이를 찾는구나.
- 개원 시절의 꽃과 새는 새장과 수 속에 갖혔으니
- 울면서 강남의 홍두를 듣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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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두:당 *중선루:중국 호북 당양에 있는 누각
- *동정호 동남쪽에서 오와 초가 전쟁을 하였음
- *목숙:말먹이 풀 *개원:당 현종대의 연호
- ---이하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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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락에 얹어 부를 때에는 첫구 '추강이 적막 어룡냉하니
- 인재 서풍 중선루를'로 짜여진 가락에 나머지 구를 반복해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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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 길기 때문에 명창들의 연주는 대개 두 번째 구까지 되어 있다.
- 고법(鼓法)은 없고 단소 반주로 부르는데,
- 단소와 목소리의 조화는 절묘한 대조와 화답을 이루기에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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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산융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명창으로는 서도명창 김정연과
- 가곡의 명인 김월하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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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연 명창은 서도소리꾼 답게 서도 소리의 맛이 한껏 느껴지고 애절함이 가득하다.
- 간혹 KBS 1FM에서 방송이 되기도 하지만 시중에 음반이 나와 있는 것이 없어서
-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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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외 서도 명창이 부른 음반으로는 오복녀 여사의 5장의 CD로된 서도소리전집 중
- 첫번째 장이 있다.
- 이미 전성기를 넘긴 목소리라 힘이 달림을 느낄 수 있고 첫구만 실려 있어서 여러모로 아쉽다.
- 김정연 여사의 제자이며 서도창의 전승자 중에서 가장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명창 김광숙의 소리는 쉽게 구할수 있다.
- 김정연 여사의 소리를 생각하면 아쉬움은 있지만 김광숙의 소리로도 관산융마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다.
- 서울음반에서 나온 '생활국악 대전집 제 6집' 중에 실려있는데, 1,2구를 불렀다.
- 관산융마가 서도창이지만 김월하 여사가 정가풍의 노래는 그 맛이 각별하다.
- 서도명창들의 소리보다 요성이 현저히 적고 속청의 사용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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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곡의 명인이라 속청이 시원하고 전체적으로 단아함과 품위가 느껴진다.
- 그래서 김월하여사의 소리를 듣게 되면 관산융마가 비록 서도창이지만 가곡 전승자들이 불러야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실제로 관산융마 외의 시창은 김월하 여사의 노래가 아니면 감상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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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아세아 레코드에서 나온 김월하 시조 2집에는 관산융마 외에도 '십이난간(경포대)', '십재경영'이 담겨 있어 매우 귀중하다. 이 테이프는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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