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류음악

[스크랩] 관산융마

솔도미 2008. 12. 25. 11:54

 

시창(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

 

 1) 추강이 적막 어룡냉(秋江寂寞魚龍冷)하니    

인재서풍 중선루(人在西風仲宣樓)를

  
 2) 매화만국 청모적(梅花萬國聽暮笛)이요 
도죽잔년 수백구(桃竹殘年隨白鷗)를
 
3) 오만낙조 의함한(烏蠻落照倚檻恨)은 
직북병진 하일휴(直北兵塵何日休)오
 
4) 춘화고국 천루후(春花古國천淚後)에 
하처강산이 비아수(何處江山非我愁)오
 


 관산융마(關山戎馬)여기를 클릭하시면 선가(善歌) 김월하(金月荷)의 창 관산융마 중 첫 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추강이 적막 어룡냉하니 인재 서풍 중선루를... '
하고 유장하게 내뻗는 시창(詩唱) 관산융마(關山戎馬)는 시와 음악이 해조를 이루며,
옛시인과 가객(歌客)의 정취를 보여주는 한 폭의 산수도와 같은 유여한 곡이다.
   
서도창법으로 부르는 관산융마는 칠언의 38구로 되어 있는데,
시의 아름다움도 그러하려니와 선율이 애절하면서도
 격조가 높아 한 번 들은 이들은 그 선율의 여운을 잊기 어렵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은 유장하게 읊어 보리라 하는
소망을 갖는 이도 적지 않지만 배우기에는 그리 쉽지 않다.
  
 단소의 서주로 시작되어 목으로 길게 뽑아 이어가다가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오르내리며 뻗어 나가는 속청과,
마음을 가라앉히는 듯한 단아한 평성은 시원스러우면서도 비장감을 자아낸다.
 
가성(假聲)과 세청(細淸)을 적절히 섞어가며 불러야 하는
연주는 매우 까다로워서 많은 연습이 필요한 전문가의 영역이라 할 수 있고,
선율은 서도창에 가깝지만 창법은 가곡에 가깝다.
   
관산융마는 평양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주로 서도 명창들이 불러왔다.
그러나 서도소리의 전승이 여러 이유로 활발하지 못하고,
곡에 예술성은 있지만 대중성이 적어 일반에 널리 알려지지는 못하였다.
   
실제로 우리는 서도소리 중에서는 수심가나 배따라기 한 자락 들을 기회도
 얻기 힘들고 선가(善歌) 김월하 여사도 가곡 발표조차 여의치 않아
고작 시조 몇 수 선보이기도 어려웠으니 관산융마는 더욱 들을 기회가 없었다고 할 것이다.
  
 관산융마는 영조 때의 문인 신광수(申光洙)의 공령시(功令詩;科詩)로써
모두 38구의 칠언(七言)으로 되어 있는데 서도창법으로 부르도록 짜여 있다.
 
이 과시(科詩)의 글제(題)는 두보의 '등악양루탄관산융마 (登岳陽樓嘆關山戎馬; 악양루에 올라
관산의 전쟁을 탄식함)'였다.
 
 이 시는 당나라 시대의 시인 두보(杜甫)가 만년에 천하를 유랑하다가
악주(岳州)의 악양루에 올라 안녹산의 난으로 어지러워진 세상을 한탄한 오언율시이다.
두보의 시의 내용은 이러하다.
예전에 동정호 이름을 들었지만[昔聞洞庭水]
오늘에야 악양루에 올랐다.[今上岳陽樓]
 
오(吳)와 초(楚)는 동남(東南)에서 갈려있고[吳楚東南坼]
하늘과 땅은 밤낮으로 떠있다.[乾坤日夜浮]
 
집이나 친구에겐 소식 하나 없고[親朋無一字]
늙고 병든 몸은 배 한 척에 떠있다.[老病有孤舟]
 
관산의 북쪽에는 전란이 계속되니[戎馬關山北]
난간에 기대어 눈물만 흘린다.[憑軒涕泗流]
*관산:경계를 이루는 산. 관소(초소)가 있는 산. 촉산(蜀山)
  
 전란이 일어나면 영웅이 탄생하고 새로운 권력자가 등장하지만
 백성의 삶은 피폐되고 고달파지기 마련이다.
두보의 시에는 전란의 어려움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지 않고 다만 시인의 눈물로 대신하고 있지만
 
신광수의 시는 두보의 시정(詩情)과 그 시대의 어려운 상황,
경관(景觀) 등을 널리 헤아려 시상을 전개하여 표현의 애절함이 더하다.
두보의 시는 신광수의 시 속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 원용되고 있다.
    다음은 가락에 얹어 부르는 신광수의 한시(漢詩) 중 일부와 번역문이다.
 
---이하 생략---
  가을 강은 적막하여 물고기조차 차고   사람은 서풍을 맞으며 중선루에 있노라.
  매화는 가득하고 물녘에 젓대 소리 들리니
 
도죽장 짚고 백구를 따라 걷노라. *도죽장:지팡이
오만의 해질녘에 난간에 기대어 한탄하니   = *오만:지명
 
북쪽의 전란이 어느 날에나 멈출까.
봄꽃도 옛나라에 눈물을 뿌렸으니
 
어느 강산이 나의 수심 되지 않으리
버들강아지 가는 버들은 강가에 둘려 있고
 
흰 이슬 맑은 바람은 기주인 듯하구나.   ======*기주:지명
청포(靑袍)입고 만리선(萬里船)에 오르니
 
동정호는 하늘빛과 같아 물결이 가을을 알리노라.
끝 없는 풀빛이 칠백리에 이르고
 
옛부터 높은 누각이 호수 위에 떠있었노라.
가을의 소리는 낙엽지는 가지에서 다가오고
 
물가의 푸른 풀도 다 스러졌다
풍연(風烟)이 눈에 가득참이었는지  
 
불행히 동남(東南)쪽에 떠다녀 놀았도다.
중원의 여러 곳에 전쟁의 북소리 많으니
 
두보가 먼저 천하를 근심하노라.
청산의 맑은 물에 과부가 울음 울고
 
목숙과 포도 밭에 호마(胡馬)가 먹이를 찾는구나. 
개원 시절의 꽃과 새는 새장과 수 속에 갖혔으니
울면서 강남의 홍두를 듣는구나.   
      
*홍두:당   *중선루:중국 호북 당양에 있는 누각
*동정호 동남쪽에서 오와 초가 전쟁을 하였음 
*목숙:말먹이 풀  *개원:당 현종대의 연호
   ---이하 생략---
   가락에 얹어 부를 때에는 첫구 '추강이 적막 어룡냉하니
인재 서풍 중선루를'로 짜여진 가락에 나머지 구를 반복해서 부른다.
 
 시가 길기 때문에 명창들의 연주는 대개 두 번째 구까지 되어 있다.
고법(鼓法)은 없고 단소 반주로 부르는데,
단소와 목소리의 조화는 절묘한 대조와 화답을 이루기에 더욱 아름답다.
   
관산융마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명창으로는 서도명창 김정연과
가곡의 명인 김월하를 들 수 있다.
 
 김정연 명창은 서도소리꾼 답게 서도 소리의 맛이 한껏 느껴지고 애절함이 가득하다.
 간혹 KBS 1FM에서 방송이 되기도 하지만 시중에 음반이 나와 있는 것이 없어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외 서도 명창이 부른 음반으로는 오복녀 여사의 5장의 CD로된 서도소리전집 중
첫번째 장이 있다.
이미 전성기를 넘긴 목소리라 힘이 달림을 느낄 수 있고 첫구만 실려 있어서 여러모로 아쉽다.
김정연 여사의 제자이며 서도창의 전승자 중에서 가장 활발한 연주 활동을 하고 있는 명창 김광숙의 소리는 쉽게 구할수 있다.
김정연 여사의 소리를 생각하면 아쉬움은 있지만 김광숙의 소리로도 관산융마의 아름다움은 느낄 수 있다.
서울음반에서 나온 '생활국악 대전집 제 6집' 중에 실려있는데, 1,2구를 불렀다.
   관산융마가 서도창이지만 김월하 여사가 정가풍의 노래는 그 맛이 각별하다.
 서도명창들의 소리보다 요성이 현저히 적고 속청의 사용이 일품이다.
 
 가곡의 명인이라 속청이 시원하고 전체적으로 단아함과 품위가 느껴진다.
그래서 김월하여사의 소리를 듣게 되면 관산융마가 비록 서도창이지만 가곡 전승자들이 불러야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실제로 관산융마 외의 시창은 김월하 여사의 노래가 아니면 감상할 수가 없다.
 
1981년 아세아 레코드에서 나온 김월하 시조 2집에는 관산융마 외에도 '십이난간(경포대)', '십재경영'이 담겨 있어 매우 귀중하다. 이 테이프는 시중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1995년)
출처 : 유영
글쓴이 : 풀 잎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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