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지은이 미상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大川(대천) 바다 한가온 一千石(일천 석) 시른 에, 노도 일코 닷도 일코 뇽총도 근코 돗대도 것고 치도 지고, 람 부러 물결치고 안개 뒤섯계 자진 날에, 갈 길은 千里萬里(천리 만리) 나믄듸 四面(사면)이 거머어득 져뭇 天地寂寞(천지 적막) 가치노을 듸, 水賊(수적) 만난 都沙工(도사공)의 안과,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병와가곡집(甁窩歌曲集)>
[시어, 시구 풀이]
바히돌 : 바윗돌. ‘바히’만 따로 ‘전혀’의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음
친 : 쫓긴
안 : 속 마음
뇽총 : 용총(龍驄). 돛대에 맨 굵은 줄
치 : 키. 배의 뒤에 달려서 방향을 조절하는 기구
나믄듸 : 넘는데. 더 되는데
거머어득 : 검고 어둑한 곳
가치노을 : 까치놀. 사나운 물결. 사나운 파도 위의 떠도는 흰 거품
도사공(都沙工) : 사공의 우두머리
을리오 : 견주리오. 비교하겠는가
나모도 바히돌도 업슨 뫼헤 매게 친 가토리 안과, : 나무나 바위라도 있으면 숨기라도 하련만 그런 것조차 전혀 없는 산에서 매에게 쫓기는 까투리의 절박한 마음을 표현하면서, 임을 잃은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절박하다는 말이다.
엇그제 님 여흰 내 안히야 엇다가 을리오 : 까투리나 도사공의 심정보다도 나의 심정이 더욱 안타깝고 참담함을 표현하고 있다.
[전문 풀이]
나무도 돌도 전혀 없는 산에 매한테 쫓기는 까투리의 마음과
대천 바다 한가운데 일 천 석 실은 배에 노도 잃고, 닻도 잃고, 용총(돛대의 줄)도 끊어지고, 돛대도 꺾이고, 키도 빠지고, 바람 불어 물결 치고, 안개 뒤섞여 잦아진 날에 갈 길은 천 리 만 리 남았는데 사면은 검어 어둑하고, 천지 적막 사나운 파도 치는데 해적 만난 도사공의 마음과
엊그제 임 여읜 내 마음이야 어디에다 비교하리요?
[핵심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사설시조
성격 - 수심가. 이별가
어조 - 절망적이고 절박한 여인의 목소리
표현 - 상징적 암유(暗喩), 열거, 비교, 과장, 점층법
제재 - 임과의 이별
주제 - 임을 여읜 절망적인 슬픔
▶ 작품 해설
이별 당한 것을 하소연하고 있는데, 그 비유가 기발하다. 시련이 겹치는 사회적 상황을 거듭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모두 시련의 극치이다. 해학적 표현 속에 비장감(悲壯感)이 감돈다.
‘삼한(三恨)’ 혹은 ‘삼안[三內]’이라고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은, ‘안’이라는 말로 마음을 나타내면서, 세 가지 절박하기 그지없는 마음은 어디나 비할 데도 없다고 하였다. 맨 마지막으로 엊그제 임을 여읜 자기 마음을 말하기 다른 두 가지를 가져 와 놓고서, 비할 데 없다는 것으로 해서 그 둘이 각기 독자적인 의미를 갖도록 개방하여 버렸으니 비유를 사용하는 방법치고 이만큼 기발한 예를 다시 찾기 어렵다.
매에 쫓긴 까투리는 ‘토끼전’에서 용궁을 탈출한 다음에 다시 시련에 부딪친 토끼를 연상하게 한다. 대천 바다에서 배가 부서지고, 날씨는 험악해지는 판국에 수적까지 만난 도사공의 경우는 시련의 극치로 느껴질 만큼 거듭 묘사되어 있다.
<참고> 사설시조
■ 사설시조에 대하여
산문 정신과 서민 의식을 배경으로 탄생한 사설시조는 시조가 지닌 3장체의 형태적 특성을 살리면서 낡은 허울을 깨뜨리는 데 공헌했다. 지난날의 영탄이나 서경의 경지를 완전히 탈피하여, 폭로적인 묘사와 상징적인 암유(暗喩)로써 그 표현 기교를 바꾸어서 애정, 거래(去來), 수탈, 패륜(悖倫), 육감(肉感)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면서 지난 시대의 충의(忠義)에 집착된 주제를 뒤덮었다.
형식면에서는 ①사설조로 길어지고, ②가사투, 민요풍이 혼입(混入)하며, ③대화가 많이 쓰이고, ④새로운 종장 문구(文句)를 개척하였다.
내용면에서는 ①구체적, 서민적인 소재와 비유가 도입되고, ②강렬한 애정과 육욕(肉慾)이 표현되며, ③어희(語戱), 재담(才談), 욕설이 삽입되고, ④거리낌없는 자기 폭로, 사회 비판 등이 다루어졌다.
■ 사설시조의 작자층
사설시조는 그 형식이나 주제는 물론이고, 작자층에서도 평시조와 구별된다.
평시조의 작자층이 양반 사대부 중심이었던 데 비해, 사설시조는 가객들을 비롯한 중간층 부류의 작자들이 지은 작품이 많으며, 그 내용이나 어법상 서민층에 속하는 사람들에 의해 지어지고 향유된 것으로 보이는 작품도 여러 편 전해지고 있다. 그러므로 사대부들이 주로 즐긴 평시조의 세계에 비하여 시정(市井)의 현실적 삶을 주로 표현했다.
또 골계미와 해학미를 통하여 현실의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으며, 시정(市井) 생활의 건강함과 발랄함이 잘 나타나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양반 사대부들 또한 사설시조 창작에 나서서, 현전하는 사설시조 가운데는 작자가 사대부로 명시된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그 밖에 시적 화자가 여성으로 설정된 작품이 꽤 많다는 것도 주목되는 점이다. 그러나 사설시조를 지을 정도의 수준을 보일 수 있는 작자층은 적어도 글을 아는 식자층, 즉 주로 중인 계층에 속하는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 사설시조의 미의식
사설시조는 우아한 기품과 균형을 강조하는 평시조와는 달리 거칠면서도 활기찬 삶의 역동성을 담고 있다.
사설시조를 지배하는 원리는 웃음의 미학이라 할 수 있다. 현실의 모순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 중세적 고정 관념을 거리낌없이 추락시키는 풍자, 고달픈 생활에 대한 해학 등이 그 주요 내용을 이룬다. 아울러, 남녀간의 애정과 기다림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대개는 직선적인 언어를 통해 강렬하게 표현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다. 종래의 관습화된 미의식을 넘어서서 인간의 세속적 모습과 갈등을 시의 세계 안에 끌어들임으로써 사설시조는 문학의 관심 영역을 넓히는 데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미의식은 조선 후기의 변모된 세계관과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후 우리 근대 문학의 바탕을 이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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